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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만원으로 11평 시골집 짓기

집라잡이 2025. 1. 8. 07:39

<이 PD의 좌충우돌 4천만원으로 11평 시골집 짓기>  2024.3.29 북마크

 
 
<머리말>
 
고향 시골에 집을 지은 지 1년여가 지났다. 작은 집이 생기자 고향은 조용한 쉼터가 되었다. 부산스럽게 잠시 다녀올 때는 볼 수 없었던 사계절 풍경이 오롯이 드러났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보여주는 멋진 순간을 보았고, 고요함 속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새 소리를 들었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풀 내음, 물 내음, 숲속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자연의 한 가운데로 들어간 듯했고 부모님의 품속에 안긴 듯했다. 포근했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았다. 잡초를 뽑고 있으면 잡념도 사라졌다. 작아도 집은 집인지라 시골집은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가족에게는 별장이 되었고 친구에게는 캠핑장이 되었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친척들도 좋아하셨고 가족의 정을 나눌 수 있었다.
되돌아보면 1960년대 중반에 태어난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일원으로 참 열심히 산 것 같다. 한 반에 80여 명 하던 콩나물 교실에서 오전 오후 2부제 수업을 받으며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고, 매캐한 최루탄 연기 가득한 캠퍼스에서 청춘의 대학 시절을 보냈었다. 그때는 대학만 나오면 취직은 되던 때가 아니었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IMF 직격탄으로 평생 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진 것도 우리 때였다. 그래서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평생 PD일 줄 알았는데 사는 게 서툴러서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관운은 있었는지 몇 개 부처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했고 덕분에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정책과 사건의 현장에 있었으니 세상 구경은 한번 요란하게 한 셈이다.
‘이제는 좀 쉬고 싶다’ 그런 마음이었다. 50대 중반에 직장을 그만 두었을 때 몇 년은 더 일할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조용한 전원 생활이 그리웠다. 모아둔 돈도 별로 없었지만 고맙게도 상경 1.5세대인 내게는 고향에 물려받은 집터와 약간의 전답이 있었다. 매년 산소 벌초를 위해 먼 길을 오가야 했기에 앞으로 조상님 터전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하는 고민도 있었다. 겸사겸사 시골에 집 한 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목수아카데미를 다니게 되었고 거기서 배운 기술로 직접 집을 지었다.
일반인에게 건설건축 분야는 생소하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건축가나 전문 건설 업체에 의존해야 한다. 적당한 가격에 좋은 집을 갖는 것이 어쩌면 어떤 건축가를 만나느냐에 달렸다고나 할까.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집 짓고 10년 늙었다”는 말도 한다. 해당 관청에서 건축 허가를 받아놓고도 건설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은퇴 후 안락한 전원 생활을 꿈꾸면서도 쉽게 집짓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시작해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으며 측량에서부터 준공까지 한 단계씩 집을 완성해갔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내가 직접 설계하고 지은 집은 우리 가족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 중에 의외로 건축업자를 잘못 만나서 고생했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람들에게 내가 집 지으며 겪은 경험을 알려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주택의 건설 건축 과정은 동일하다. 철근 콘크리트 주택이나 시멘트 벽돌 주택이나 샌드위치 패널 주택 등도 건축 허가에서부터 준공까지 같은 과정을 거친다. 건축 소재에 따라 시공 방법과 비용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굳이 목조주택을 직접 짓지 않더라도 전체 건설 과정을 알게 된다면 건축 순서 결정이나 비용 산출 등에 도움이 될 것이고, 건축가와 상담할 때도 보다 주도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집 지은 경험을 책으로 내려고 했는데 출판도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인 ‘해리 포터’도 12개 출판사에서 출간을 거절당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출판사로부터 거절의 메시지를 받았겠는가. 그런 중에 도서출판 북마크 정기국 대표의 안목과 믿음 덕분에 이 책은 빛을 보게 되었다. 부족한 글을 멋진 책으로 엮어주신 관계자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30년 넘게 써온 일기를 뒤적이며 기억을 되짚어가면서 쓴 이 기록이 이제 조용한 전원생활을 꿈꾸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2024년 봄 기도재(其道齋)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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